“음악이라는 처방으로 환자·보호자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우리 병원의 숨은 명의(名醫)입니다.”
6일 오후 1시 경남 창원시 사림동 창원한마음병원 1층 로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OST로 유명한 ‘La vita e bella’(인생은 아름다워)가 울려 퍼지자 어수선하던 병원은 순식간에 콘서트홀로 변했다. 휠체어를 탄 환자부터 만삭의 산모, 보호자, 병원 의사와 간호사 등 200명은 숨죽이며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지켜봤다. 5분여 이어진 연주가 끝나자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이 곡을 지휘한 정동효(38)씨부터 단원 대부분은 발달 및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들이다. 악기 파트별로 비장애인 음악교사들이 섞여 있지만 눈빛과 마음으로 교감하며 1년째 창원한마음병원 오케스트라로 활동 중이다.
공연을 지켜 본 한 산모는 “병원이라는 곳은 어쩔 수 없이 불안하고 걱정을 안겨주는 곳인데, 생각지도 못한 연주를 보고 들으면서 편안함을 느꼈다”며 “팜플릿을 보고서야 연주하는 분들이 장애 예술인인걸 알았는데 더 감동이다”고 말했다. 링거를 꽂은 채 공연을 지켜보던 한 환자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참말로 듣기 좋다”고 응원했다.
창원한마음병원 오케스트라는 창단 1주년을 맞아 기념 연주회를 열었다. 소프라노, 가수 등 외부에서 초청한 이들과 호흡하며 약 1시간 동안 12곡을 막힘없이 연주했다. 윤성준(41) 지휘자는 “특별한 날에 맞춰 클래식 메들리,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OST 등을 매일 3시간씩 두달간 연습했다”며 “음악을 통해 단원들이 밝아졌고, 자존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창원한마음병원 오케스트라는 (사)희망이룸의 제안을 받아들여 창원한마음병원이 창단한 국내 첫 기업형 장애인 오케스트라다. 발달 및 지체장애를 가진 단원을 병원에서 ‘장애예술인’ 직무를 새로 만들면서 정규 채용한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현재 25명이 장애예술인으로 병원에 채용됐다. 장애예술인의 소득 보장과 사회 진출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창원한마음병원 오케스트라는 객원단원 등과 함께 매주 수요일 병원 로비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와 보호자를 음악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는게 이들의 역할이다.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의 일환으로 외부 초청 공연도 활발히 하고 있다.
초대 오케스트라 단장인 하충식 창원한마음병원 이사장은 “비장애인이 수십·수백번 연습할 곡을 수백·수천번 연습해서 혼을 담아 연주하는 모습에 감동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느낀다”며 “대통령이 있는 서울 용산, 또 미국 UN 본부 등에서 연주를 하겠다는 이들의 꿈이 이뤄질 때까지 옆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